Rainbow Pinwheel Pointer

2504 루드티아 1주년 기념... 화랑


  다 쓰러져가는 오두막은 검은 새의 집이다. 집은 새를 지켜주지 못하지만 새는 집을 지킬 수 있다. 검은 새가 집으로 들어가 무너지는 천장을 지탱한다. 오두막은 볕이 잘 들고 조용하 다. 정오가 넘어가면 나무 틈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 모든 빛을 흡수하는 검은 깃털은 잠시 존재감을 드러낸다. 새는 빛이 사그라들 때까지 자신의 몸에 생긴 옅은 줄무늬를 가만히 지켜 본다. 새는 얼마든지 떠날 수 있다. 새가 원한다면 집은 언제든 쓰러질 것이다.

  어느 늦은 밤, 오두막에 한 여자가 침입한다. 여자는 컴컴한 내부를 두리번거렸다. 아무도 없는 줄 알았는지, 문을 닫고 조심스럽게 들어왔다. 검은 새는 숨을 죽이고 여자를 관찰했다. 검은 머리와 어두운 옷 때문에 실루엣만 간신히 보였다. 여자는 점점 더 새에게로 다가왔다. 새는 겁이 없는 여자라고 판단했다. 새가 날개를 살짝 움직였다. 소리를 들은 여자의 몸이 굳 었다. 여자가 볼 수 있는 것은 여전히 어둠뿐이다. 새는 여자가 문을 열고 뛰쳐나가는 순간 집어삼키기로 결정했다.

  여자는 쭈그려 앉아 손으로 주변 바닥을 쓸었다. 떨어진 새의 깃털이 손에 걸렸다. 여자는 입술로 깃털의 촉감을 느끼고 코로 냄새를 맡았다. 종내에는 입안으로 넣어버렸다. 새는 여자 가 입맛을 다시는 소리를 들었다. “새” 여자가 중얼거렸다. 새는 여자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여자의 망막이 어둠에 적응했는지 새를 정확히 응시했다. 새 역시 여자의 눈을 볼 수 있었다. “아주 큰 새” 여자가 검은 새를 불렀다. 여자의 눈은 분홍색이었다. 새는 그 눈동자의 정확한 색이 보고 싶어졌다.

  아침이 되자 여자는 검은 새를 온전히 관찰할 수 있었다. 새는 얌전히 여자의 손길을 받아 들였다. 여자는 새를 관찰하며 새가 몰랐던 새의 모습을 중얼거렸다. 새는 여자의 목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었다. 여자는 언제든 떠날 수 있었다. 길을 잃어버렸다면 해가 떠 있을 때 다 시 찾아 나서야 했다. 그러나 여자는 처음부터 검은 새가 목적이었던 것처럼 굴었다. 구석구 석을 모두 살펴본 여자는 새의 입을 벌려 기어이 그 안으로 들어갔다. “텅 비었네.” 여자의 말이 검은 새의 내부에서 울렸다.

  새는 소화가 시작되기 전 여자를 뱉었다. 여자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새를 마주했다. 새는 아직 여자가 사라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여자는 방금 자신이 사라질 뻔한 사실을 모르는 듯했다. 여자는 평생 새의 검은 속을 알아내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여자는 영원히 나를 관 찰하겠지. 새는 더 이상 햇볕을 감상하지 않는다. 전보다 안락해진 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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