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Pinwheel Pointer

 

 

포드, 뭘 하고 있어?

보면 모르시겠나요. 언제나처럼...

무의미한 독서를 하고 있구나.

무의미하다니요.

어차피 기억하지도 못할 정도로 읽잖니.

잠깐 스쳐나간 지식이 언젠가 도움이 되는 법입니다.

그 전에 죽지 않기를 바라, 오디세우스.

 

포드는 그 순간 신화 속 거인에 관한 글을 읽고 있었다. 대부분의 고대 설화에는 거인이 등장하며 창세 신화와 관련되기도 한다. 서양과 동양 상관없이 말이다. 자연, 자연재해의 상징. 포드는 자연스럽게 옆의 여자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뭘 그렇게 보니?

 

자신보다 크기에 함께 걸으면 주목받곤 하는 일행. 이제는 일행이라는 게 당연해진 여자. 카리브디스는 눈을 끔뻑이며 포드의 말을 기다렸다. 포드는 이럴 때마다 자신의 강의 시간에 원하지 않는 관심을 받은 학생의 기분을 이해했다. 그건 때때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자신은 항상 휴식을 취해야 할 집에서 그런 기분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포드의 얼굴이 저도 모르게 일그러지거나 하면 카리브디스는 웃는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네게 아무것도 아닌 건 없잖아.

거인에 관한 글을 읽고 있었습니다.

내가 아는 거인들 이야기니?

먼 나라의 거인들도 있으니까요.

 

포드는 가볍게 대화를 넘기며 다시 글에 집중하려 했다-동양의 거인은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리브디스는 자신이 아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지 곁을 떠나지 않았다. 마치 포드가 먼저 포문을 열어주길 기다리는 듯, 옆에 앉아 페이지에 손을 올려 가려버린다. 포드는 책을 덮어버리려다 참는다. 어떤 엄살을 부릴지가 눈에 훤했기 때문에.

 

거인처럼 될 수 있기라도 한 겁니까?

어머, 그건 무슨 말이니?

'카리브디스'는 그렇잖아요?

 

그 말은 지금 이 모습도 진짜일지 아닐지 모른다는 상상을 해봤다는 뜻이었다. 길게 묻지 않아도 카리브디스는 이해한다.

 

아니야, 나는 거인이었던 적 없어.

'거인'이라고 지칭해서 말을 피하는 건 아니고요.

내가 거인이라면 이 세상을 어떻게 했을 것 같니?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이 곤란해질 것 같은데요. 바닷물을 뉴욕에 끌어오시지는 않겠죠.

그 정도가 아니야. 더, 더욱, 아주 거대해서 지구를 손가락으로 툭, 밀어버릴 수 있을 정도라면 어떨까?

 

포드는 카리브디스가 지구라는 개념을 이해한다는 점에 잠시 자신의 지식을 더듬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카리브디스는 툭, 포드의 볼에 손가락을 튕기듯 했다.

 

이렇게... 구슬이나 사탕을 옮기듯이 말이야.

사탕은 굴려 먹으면 안 됩니다.

내가 이 행성을 사탕처럼 핥으면 해일이 벌어지겠지.

 

...거인의 재해를 상징하는 특성과는 확실히 맞아떨어지는군. 포드는 그렇게 말하려다 삼켰다. 그저 자신이 테이블에 손님용 사탕 유리그릇을 둔 적도 없는데 어디서 사탕이 튀어나왔는지 의문이었다. 그런 설화는 없다. 거인-우주관을 상징할 정도로 큰-이 지구를 계속 핥아먹는다면, 약한 지표면이 녹아, 빙하의 크레바스처럼 균열이 생길 것이다. 사람들이 발을 헛디디면 그 안에 빠져버릴지도 모른다. 그 전에 카리브디스의 말처럼 지각 변동과 심각한 해일이 벌어져 인류의 절반은 죽을...

 

네가 그 해일에서 살아남는 거야.

 

그의 상상을 읽은 것처럼 끼어드는 진술. 포드는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아니, 생각을 읽는 존재는 아닐 테다. 우연이다. 게다가 이런 장난스러운 신이 일으킨 얼토당토않은 재난의 생존자는 되고 싶지 않았다.

 

그런 건 원하지 않습니다. 해일을 일으킬까 봐 무서우니까요, 가정도 하지 말아주세요.

누구보다 이런 이야기를 즐기면서... 왜 내가 말해주는 건 싫다고 하니? 서운하구나.

지금 지어낸 거잖아요.

내게는... 네가 좋아하는 역사도 전부, 지어낸 것처럼 들리기도 한단다.

 

그러니 서로 같은 거 아니겠니? 색이 다른 바다가 마주하는 선이 있는 것처럼...

 

포드는 이번에도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기를 포기한다. 그러길 택하지 않았다. 자존심이 상하지도, 배워온 지식을 의심하지도 않는다. 그저 포드는 눈앞의 여자가 자신과 다른 세계를 살고 있다는 걸 받아들인 지 오래일 뿐이다. 그녀의 말대로 색이 다른 바다가 한집에 살게 된 것뿐이다. 함정에 빠졌다고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꽤 오래전부터.

 

네, 그러시죠.

 

포드가 간신히 생각을 마치고 시선을 무릎에 되돌린 순간까지도, 카리브디스는 페이지를 가리려 올려놓은 손을 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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