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꺼진 식물원
세상의 모든 색에 둘러싸여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이 해가 뜨기를 기다린다
돔을 꽉 채운 향기가
오직 두 사람의 몫이 되어
붙어 있던 숨소리도 점점 흔들린다
식물은 밤이 되어도 숨을 쉬고
어쩌면 밤에 떠들기 시작해
식물의 목소리 듣지 못하는 인간에게
눈치 주듯이
두 사람 다 들리게 이야기한다
우리가 있을 곳이 아닌 것 같아
이 식물들도 여기 있을 게 아닌데
바윗돌 깨뜨려 돌멩이 돌멩이 깨뜨려 자갈돌…
식물은 산소를 마시고 동물이 식물을 먹고 인간이…
모든 근원을 찾아 내려가면 신과 원자가…
인간은 법칙의 동물인데
우리는 폐장 시간 이후에 시설에 있어서는 안 된다는 법칙도 어겼어
이 행성이 돌아 태양이 떠오르길 기다려야 해
그 뒤에야 식물원의 관리인이 문을 열고 불을 켜지
식물들은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해도
우리는 집으로 돌아가야 해
그래도 식물들은
아무리 떠들어도 혼나지 않네
모든 법칙을 어긴 두 사람과 식물들이 유리 돔 안에
함께 해가 뜨는 걸 볼 때까지
그대로 나란히 앉아 있다
모든 게 원래대로 돌아오려 하고 있는데
행성이나 태양이 처음으로
꼭 돌아온다는 법칙을 어겨도 괜찮겠다는 말이
돔 안에 울려 퍼졌다
주저리 비하인드
루티로는 거의 처음? 시처럼 쓴 글...인데
사실상 루티가 아니어도 되는 그냥 시지만요.
걔네를 생각하다가 썼으니 루티로도 읽을 수 있겠지요
칼구리 루드티아 합작 3차 주제는 '식물' 이었기 때문입니다
식물원에 갇힌 두 사람
원래 이걸 이야기나 소설처럼 쓴다면 식물인 척 변해서 여기저기 숨어드는 이계생물이 있다고 잡아달라는 의뢰가 들어와서 루드빅이 티아나를 데리고 식물원에서 밤샘을 하게 되는 전개를 생각했었어요(투시를 써도 CCTV 화면 너머로는 생물 안쪽을 볼 수 없으니까 그 정원들을 직접 봐야만 하는)
이 시에서는 그냥 멍하니 바닥에 앉아서 앞을 보고 있는 두 사람을 상상했습니다
요즘 시를 다시 읽고 있었더니 쓰고 싶어서 이렇게 되었으니
마음대로 읽어주세요
루티 빼고 읽어도 되고
어쨌든
역시 식물원은 꽤나 이상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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