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Pinwheel Pointer

 
 
“티아나 양, 우리 뉴욕에 가보는 건 어때?”
 
 
평소처럼 수확 없이 지나간 시간. 조용히 걷던 루드빅이 난데없이 꺼낸 말에 나는 바로 대답했다. “네?”라고. 그렇게밖에 설명할 수 없는 타이밍이었다. 그와 있을 때면 내가 바보처럼 반문하는 일이 한두 번은 아니지만, 그는 항상 새로운 놀라움을 준다.
 
 
“출장이 있으신가요?”
“아니.”
“혹시 새로운 이계 생물이 발견됐나요?”
“그랬다면 네가 더 빨리 알고 나한테 말했겠지. 아, 그렇다고 할 걸 그랬나.”
“그럼 왜인가요?”
 
 
일단 거기 친구가 계실 것 같진 않으니까...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 갑자기 관광을 하고 싶어진 걸까. 하지만 루드빅의 여행이라면 혼자 다녀올 타입이라 생각했는데. 나는 루드빅이 어떤 충격적인 말이든 꺼내기를 가만히 기다렸다. 이런 순간에는 익숙해졌다. 루드빅도 분명 나의 의도를 이해하고 있는 듯했다. 싱글싱글 웃으며 자켓 안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거기서 나온 것은...
 
 
“중요한 정보를 입수했거든.”
“불법적인 건가요?”
“날 그렇게 생각하는 거니?”
“그런 상황에 나올 대사처럼 말씀하시니까 그렇죠.”
 
 
주황색의 두껍게 접힌 종이. 종이가 스치며 굵은 두께임을 알려주는 소리가 난다. 루드빅은 내게 종이에 적힌 글씨를 보여줄 틈도 주지 않으려는지 순식간에 전부 펼쳐버렸다. 퀴즈쇼의 정답을 공개하는 사회자처럼 팔을 쭉 펴면서.
뉴욕의 지도다. 표지와 같은 주황색으로 어떤 장소들이 표시되어 있다. 지도를 둘러싼 가장자리의 사진들은 도넛으로 가득 차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려 허리를 숙이자 그가 말한다.
 
 
“뉴욕에 있는 도넛 가게 지도야.”
 
 
도넛을 먹고 싶으셨구나, 싶지만 도넛은 여기서도 얼마든지 먹을 수 있지 않은가. 가끔 경찰들이 우리를 수상히 여기고 찾아올 때 하나씩 들고 있어서 알게 모르게 아주 많이 먹고 싶어진 걸지도 모른다(오늘도 그랬다). 하지만 뉴욕까지 명분 없이 가기엔... 그보다 저 지도를 항상 자켓에 넣고 다녔던 걸까.
 
 
“루드빅 씨, 저희가 지금 시내에서 도넛 가게에 들어가면 되잖아요.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셔도 저녁 시간을 함께해드릴 수 있어요.”
“뉴욕이 아니면 안 돼!”
 
 
여전히 지도를 빳빳하게 펼친 채로 단호하게 대답하는 루드빅. 농담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인터넷 지도의 표시 아이콘은 사실 도넛에서 비롯됐다는 거 알아?”
“거짓말하지 마세요.”
“그래.”
 
 
이번엔 정말 농담이었다. 썰렁하다기엔 정말 믿어줄 수 없는 농담을 뒤로하고 우리는 잠시 어깨를 으쓱였다. 루드빅은 지도를 다시 반대편으로 펼쳐 접었다. 길 한가운데서 이렇게 종이를 펼치고 있었으니, 행인들이 눈길을 주고 저 멀리 사라지기도 했다. 나는 멋쩍게 웃었다. 동시에 반으로 접혀 글씨가 가득한 페이지가 눈앞에 다가왔다. 바로 눈에 들어온 글씨는 여전히 주황색인 소제목, DOUGHNUTS BECOME A SENSATION IN THE U.S.A.
 
 
“도넛의 시작이니까.”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도넛에 꽂혔고, 현지(?)에서 먹겠다는 마음을 굳게 먹은 것 같다. 지도에 표시되어 있던 장소가 꽤 많았다. 아무리 음식에 까다로운 루드빅이라도 그정도로 많은 가게를 돈다면 어딘가는 만족하겠지.
 
 
“재밌어 보이지만 휴가가 나거나 이계생물이 나오지 않는 한은 불가능해요.”
“티아나 양은 가끔 상사처럼 구는 것 같아?”
“저도 좀 새로운 호칭을 받고 싶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죠. 그리고 진짜예요. 전 도넛 중에는 플레인이나, 토핑이 과하지 않은 게 좋아요.”
“그래? 난 쫄깃한 거나 케이크 같은 거나 전부 좋은데.”
“...그럴 것 같아요.”
 
 
그때부터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돌아오는 길에 도넛이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어서 루드빅과 헤어진 뒤 길에 선 둥근 가로등도 전부 그렇게 보일 정도였다. 맛있는 도넛의 조건은 무엇인지, 도넛의 구멍에 관한 속설 중 무엇이 진짜라 생각하는지, 도넛 구멍과 차원의 틈새가 관련이 있을지 따위의 주제로 넘어가 버렸기 때문이다. 특히 마지막 이야기는 있을 법한 음모론 같아 지어낸 것이길 바랐다. 아, 하지만 역시 변칙성 때문에? 심심한 과학자가 도넛 구멍에 대고 인공적으로 만든다면 생길지도...... 차라리 틈 너머로 다른 도시에 도착하는 게 전부였다면 우리는 그렇게 여행을 갔을지도 모른다.



다음날에는 이런 연락이 왔다.
 
 
[내가 먼저 뉴욕에 간 다음에 새로운 이계생물인 척하고]
[그러자마자 네가 긴급 출장을 오는 건 어떨까?]

[뉴욕에 있는 연구소가 먼저 나서지 않을까요]

 
 
결심했다. 더 큰 문제가 생기기 전에 경찰들을 찾아가 우리 동네의 도넛 맛집을 물어봐야겠다고.
 

 

 

곱빼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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