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편영화 <Growling>
러닝타임은 30분 가량.
감독은 소설 『공허한 집』을 토대로 해당 단편을 만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생물 채집을 위해 홀로 숲속 깊이 들어갔던 학자 티아나는 발을 헛디뎌 기절했다가 깨어난다. 쏟아지는 비에 정신을 차려보니 시간은 밤이고 위치를 알 수 없는 상황. 작은 빛을 따라 걷자 2층짜리 집이 보인다. 집주인 루드빅은 흔쾌히 그녀를 집에 들여주고, 때가 되면 나가자고 한다.
그때는 바로 루드빅이 기분 좋게 식사를 마치는 순간.
줄거리
이 소설과 영화에서 '공허'라는 단어는 단 한 번도 언급되어서는 안 된다.
영화는 짤막하지만 장(챕터)의 소제목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숲에서 굴러 기절하고, 목숨을 건진 티아나. 비가 점점 거세진다. 이 숲은 위험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만큼 급한 사안이었다. 후회는 뒤로하고 잠시라도 비가 그치는 걸 기다릴 수 있는 장소를 찾아 천천히 움직인다.
간신히 찾아낸 2층짜리 집.
티아나는 문을 두드려 집에 들어선다. 집주인 루드빅을 만나고, 루드빅은 이 숲에서 비가 오면 움직이지 않는 게 좋겠다고 조언한다.
-그럼 비가 그치면 나갈 수 있겠네요.
-아니, 네가 너무 깊숙이 들어와서 혼자서는 나갈 수 없을 거야.
확실히 전파도 연결되지 않는 상황. 루드빅은 덧붙인다. 때가 되면 보내주겠다고. 티아나는 이 순간 적절한 날씨와 타이밍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인다. 이 집이 마음에 들지도 몰라.
두 사람은 적어도 며칠을 함께할 것을 예상한다. 통성명을 한 뒤 다양한 주제의 대화를 나눈다.
티아나는 자신이 학자라는 것과 연구 주제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야기는 흘러가, 생물종을 분류하는 법에 대한 학자들의 견해를 설명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인간을 분류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인간은 분류할 수 있어.
-그렇죠, 사회적 요소가 개입하니까요.
-꼭 그렇게 말고도.
영화와 소설의 서술은 대부분 티아나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별장을 돌아다니는 티아나의 눈과 관객의 눈은 그리 다르지 않다. 티아나의 판단에 루드빅은 이 집을 좋아하는 것 같다. 이 숲이 아니라 집을. 여기 별장을 지은 이유가 있겠지, 생각한다.
집에는 햇볕이 잘 들지 않는다. 비가 오고 있는 상황을 떠나서도 창문이 그리 많지 않다.
두 사람은 매일 다른 방에 들어가 방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낸다. 티타임, 브런치, 가벼운 식사 모두 식탁이 아니라 각방에서 이루어진다. 방은 마치 사람이 머무르고 지내고 있는 듯 그 꾸밈과 배치에 인간미가 묻어난다. 티아나는 이 모든 방을 루드빅이 꾸몄다는 사실에 감탄한다. 사람이 찾아오는 게 낙이라 여러 사람이 고를 수 있게 꾸몄다고 한다.
티아나는 자신이 어떤 방에 어울리는지 묻고, 루드빅은 그걸 알기 위해 계속 다른 방에서 대화하고 있다고 대답한다.
며칠이 지나자, 좋은 친구를 만났다는 기쁨도 잠시, 비가 언제 그칠지 걱정이 된다.
루드빅에게선 끝없이 꼬르륵 소리가 난다. 지금까지 루드빅에게는 식사에 집착하는 구석이 있었다. 티아나는 뜬금 없이 듣는 소리에는 익숙해졌지만 그에게 아픈 구석이 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스럽다.
루드빅은 자신이 기분 좋은-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면 티아나도 나갈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티아나는 몰래 주방과 창고를 살피지만 수상한 점은 없었다. 이런 곳에서 생활이 가능할까 싶은 적은 양의 재료들이 전부였다는 사실을 제외하고는.
-좋은 식사를 하려면 도시로 나가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도시로?
-괜찮은 식당을 소개할게요.
-나가기가 힘들거든. 몸이 무거워서.
전혀 그래 보이지는 않는데. 티아나는 루드빅의 부자연스러운 정보와 이 위화감을 정의하고자 한다.
모든 사고는 비현실적인 결론에 도달한다.
이 집 자체가 생물이라면 말이 된다.
자신이 한 생물의 위장 속에 들어와 있다면. 마치 미믹 같은 원리로 루드빅은 그 생물의 일부이자 미끼, 내부에서 기능하는 머리가 아닐까. 아니, 한 장소에만 갇혀 있었더니 괜한 생각을 하는 걸지도 모른다.
티아나의 불안감은 묘사 또는 연출된다.
티아나가 확신에 도달할 즈음 쉬지 않고 쏟아지던 비가 그친다.
전파가 통하게 되고 루드빅은 자신이 나갈 수 없으니 동료나 구조를 부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한다.
-이왕이면 동료를 불러서 올 때 음식을 사 오게 해.
-정말 움직이기 귀찮아하시네요.
-바깥 음식을 먹으면 나들이 갈 힘이 생길 테니까. 추천해 주는 식당에는 가고 싶거든.
티아나는 사람을 부르고, 하루 정도 기다리기로 한다.
두 사람은 현관이 보이는 거실에 마주 보고 앉아 다시 시간을 때운다.
-어딜 가면 좋을까요. 일단 들어보세요. 저는 그 테라스에서 먹는 브런치를 좋아하는데...
루드빅은 식당 이야기를 하는 티아나를 지긋이 바라본다. 작품은 그 장면에서 끝난다. 꼬르륵 소리가 마지막으로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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