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Pinwheel Pointer

 

"저기, 저도 같이 하게 해주세요."

"아니, 손님이니까 가만히 있어."

"..."

"내가 하고 싶은데?"

 

어차피 제멋대로 할 것 같아, 나는 실랑이를 포기하고 식탁에 앉았다. 루드빅이 요리하는 걸 볼 수 있는 맞은편으로. 이렇게 앉아만 있으면 오픈 키친 식당이라도 온 것 같고, 사실 항상 부탁을 하고 있는 건 나이기에 손님임에도 가만히 있는 건 불편했다. 오는 길에 디저트를 사 오려다 주저했던 걸 후회한다. 생각해 보면 그의 입맛에 맞지 않는 게 있을까 싶어지는데.

루드빅이 주방을 계속 돌아다니며 재료를 꺼내는 걸 바라보다 내가 왜 여기까지 왔는지 떠올린다. 아직도 신기한 일이라 생각하지만 초대를 받아서다. 자연스럽게 헤어질 타이밍에, 자연스럽게 주말의 일정을 묻고, 나는 얼결에 대답했다. 그뿐이므로 사실 신기할 건 하나도 없다.

 

"아무것도 먹지 말고 와. 빈속으로."

 

...역시 그런 말을 들었기 때문에 아무것도 사 오지 못한 거야, 그렇지.

이렇게 들으면 그리 중요한 말은 아니라 느껴지겠지만 당시 루드빅은 '빈속으로'라고 까지 말하며 강조했다. 초대를 받고 나서 그 이유를 알 수 없어 몇 번 정도 덮은 책을 들춰보듯 다시 생각했다. 루드빅에게 요청하고 도움을 받는 건 내 쪽이기에 종종 간식을 사 간다거나, 신경 쓰는 것도 나였다. 같이 식사를 한 적도 있지만 한 턱 크게 낸 적도 없었고. 그런데 집에 초대받아,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는 뉘앙스를 보인 게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내가 초대하는 게 맞았을 텐데. 덤으로 몇 번 정도는 가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기대 겸 걱정했다.

 

집에 들어왔을 때부터 식탁에 이미 놓여 있던 식기들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그 무늬가 마음에 들었다거나 브랜드를 알고 싶은 건 아니었다. 그저 지금은 어디에 눈을 둬야 할지 모르겠다. 분주한 소리를 뒤로하고 시선을 고정한다. 접시와 스푼과 포크가 한 세트. 넝쿨을 떠올리게 하는 같은 무늬가 각각 다른 면적에 그려진 모습. 멀리서 함께 바라보면 덩굴 같지는 않다.

 

"티아나?"

 

이름을 불려 고개를 든다. 동시에 입술에 차갑고 뾰족한 감촉이 느껴진다.

 

"자 티아나, 아 해봐 아."

"웁우우?"

 

소리는 지를 뻔했지만, 당연히 입을 벌리지 않았다. 나는 너무 놀란 상태였고, 눈앞에 뭐가 놓였는지 파악할 시간이 필요했다. 뾰족한 무언가와 별개로 축축하게 닿아온... 루드빅과 이어져 있는 '공허'였다. 루드빅은 어째선지, 공허를 여러 갈래로 뻗어서 손처럼 사용하고 있었다. 머리 옆에는 크래커 박스, 왼팔과 오른팔 옆에 띄운 것은 각각 아직 뜯지 않은 개별 포장 치즈와 물기가 날아가지 않은 양파. 그의 손에는 방울토마토와 작은 칼. 저 이능력, 그렇게 사용할 수 있구나... 이어 편하긴 편하겠다는 생각이 뒤따른다. 그럼 지금 닿은 뾰족한 건 크래커구나.

 

"왜 안 벌려?"

"으음......"

 

이렇게 먹으라고요? 대답하고 싶은데. 딴지를 걸려면 일단 먹어야겠다. 몇 초 뒤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크래커의 재료는 이미 다 보았지만 나는 눈을 감고 무엇을 올렸는지 파악하려고 했다. 처음 들어온 크래커 한 조각, 양파가 아니라 얇은 양상추, 작은 치즈 조각과 반으로 가른 방울토마토. 아주 간단하고 보기 좋게 생긴 카나페를 머릿속에 그린다. 그것까지 삼킨다.

 

"오늘 계속 이렇게 먹일 생각은 아니시죠?"

"그렇게까진 생각 안 했는데 그래도 괜찮아?"

"아뇨, 핑거푸드는 제발 손으로 집어요, 우리."

 

나는 약간 과장된 표정을 지어 질색했다고 느끼게 하고 싶었다. 루드빅은 맛이 어떠냐며 다시 뒤돌아 도마로 돌아갔다. 긍정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인다. 루드빅이 토마토를 자르는 동안 공허 여럿이 공장식으로 카나페를 배치하고 있다. 카나페라는 메뉴 자체가 의외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걸 위해 골랐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진귀한 장면이다.

 

"이것까지는 네가 먹을 수 있을 것 같았어."

"...까지는, ?"

 

아니, 역시 안심해서는 안 된다. 루드빅과의 대화에는 항상 이런 면이 있었다. 흐름을 끊는, 긴장을 놓을 수 없는 멘트. 익숙해질 때도 되었는데. 루드빅은 제 손으로 그릇에 꾹꾹 뭔가 눌러 담고 있었다. 마요네즈 샐러드? 아니면 희생당하는 중인 크림치즈?

 

"먹는 거 좋아하시죠. 그런데 요리만 하셔도 괜찮아요?"

"지금은 재료만 먹어도 괜찮긴 해."

"포만감만 느끼면 괜찮다는 거네요."

 

, . 포만감, 샐러드, 포만감, 크림치즈. 어쩌면 둘 다 아닌. 루드빅은 아직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스프레드를 크래커에 바른다.

 

"그것도 틀리진 않아."

 

루드빅의 식사량이 많았던 걸 떠올리게 된다. 나는 처음으로 그의 식성과 '공허'를 함께 생각했다. 공허라는 이능력이 가지는 신비함과 그에게는 닮은 점이 있었다. 우리가 계속 먹어야만 한다는 건 언젠가 먹은 것이 무효로 돌아가 버린다는 뜻이다. 그냥 인간이었다면 참으로 공허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능력이라서 그에게 의미를 주어 다행이 아닐까, 하고.

얇은 공허는 카나페가 완성될 때마다 내 접시 위에 놓는다. 네 개 정도가 비스듬히 올라가는 면적. 적어도 지금 접시의 무늬는 확실히 넝쿨 데코로 보인다.

 

"루드빅 씨도 드시면서 하세요.“

 

지금은 내 식사가 어느 정도 공허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니까 루드빅이 이해하지 못할 식사량이 말이다. 카나페를 먹는다. 루드빅의 먹는 감각을 이해하기 위해서. 꽉 찬다는 감각이 어떤지 기억하기 위해서. 손을 뻗고, 손가락을 움직이고, 입으로 오간다. 그의 공허가 들어찰 때 움직이는 모습을 상상한다. 여러 재료가 혼합되어 어떤 소리가 나는지 한 번에 묘사할 수 없다. 어쩌면 공허함도, '공허', 루드빅도 그렇다.

 

"네가 그 속도로 먹으면 메인 디쉬가 빨리 나올 텐데."

"오늘은 평소보다 열심히 먹으려고요."

 

분명 소리가 났기 때문에 뒤돌아본 루드빅은 내 접시를 보고 한 번, 내 말을 듣고 두 번 놀랐다.

 

"너한테서 그런 다짐은 처음 듣는데. 무슨 심경의 변화?"

"집 주인이 해주는 건 사양 않고 먹어야죠."

 

집까지 와서 이능력에 대해 생각했다고 할 수는 없잖아. 그가 카나페를 하나 입에 넣고 오랫동안 그 맛을 느낀 뒤 삼킨다.

 

", 좋아. 그럼 애피타이저는 이걸로 끝내자."

 

그리고는 직접 테이블 앞까지 다가와 마지막으로 남은 듯한 크래커 한 조각을 내민다. '손으로 집었으니까 먹을 거지?'하고 말하는 듯 의기양양하게. 나는 크래커를 내 손으로 집는다.

눈이 마주치고 어색하게 웃어 보이자, 루드빅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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