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점심. 연구실에서 다 같이 햄버거를 먹기로 했다.
-티아나 씨 도시락 오늘은 없어요? 그분이 해주시지 않나?
-긴급출동이 있었다네요. 일찍 나갔어요.
-덕분에 같이 밥도 먹고 간만이네요!
-누가 들으면 평소에 제가 혼자 빠진 줄 알겠어요?
-큭큭. 여기 사람들은 다 제멋대로잖아요.
-그렇긴 해요. 그런 사람들만 모아둔 것 같고.
-생물 중에서도 이계생물로 뭐든 해보겠다고 모인 사람들인데, 얼마나 개성이 넘치겠어요?
-그래도 다들 평범하게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연구 주제는 그렇더라도 다들 고생하면서 결과를 내는 사람일 뿐이잖아요.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한데... 티아나 씨도 평범하다고는?
흠흠...
햄버거가 담긴 크라프트백의 부스럭 소리와 함께 머쓱한 웃음소리가 섞인다.
-잘 먹겠습니다... 어라 여기 피클이 기본으로 들어가네요
-저는 피클이 싫어서 들었나 꼭 확인하는데~ 싫어하는 음식 없어요?
-그렇게까지는 또 없네요. 일단 피클이 싫지는 않은데... 굳이 빵을 들춰서 보지는 않았어요. 너무 먹기 힘들어서 뭔가 빼야만 할 때를 빼면요...
-그럼 티아나 씨는 닫힌 것도 굳이 열지 않고 이상한 걸 봐도 그냥 지나가나?
햄버거를 작게 한입 물고 티아나가 대답한다.
-때에 따라 다르죠.
그날 저녁, 티아나와 루드빅은 식탁에 앉아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그렇다는데요.
-으응~~?
-햄버거를 들춰보는 것과 호기심은 다른 영역이 아닐까요?
-역시 너네 연구실은 괴짜들만 모여 있는 것 같애.
-그거 저도 포함한 말이죠?
-응~. 어쨌든 너답네. 너는 아마 햄버거 조합이 잘못돼도 알바가 초짜였을 거라며 따지지 않을 사람이니까.
티아나는 잠시 주문한 것과 다른 햄버거의 모양을 상상했다.
-제가 따로 주문한 특별 사항이 있는 게 아니라면 뭐, 따질 것까지는 없죠.
-그럴 줄 알았어. 그리고 난 호기심 얘기를 왜 했는지도 알겠어.
-왜요?
루드빅이 지긋이 티아나를 정면으로 본다.
-너 우리 집의 빈방을 열어본 적이 없잖아.
-빈방이니까 그렇죠. 무슨 소리가 난다거나 하지 않는다면......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아니, 전혀 없는데.
-괜히 신경 쓰이게 하지 말아주세요.
-그래 그런 게 좋은 거야~ 몰라도 되는 건 몰라야지.
-갈수록 왜 이리... 아니에요.
티아나는 어째서 루드빅이 점점 짓궂어지는지 생각했지만, 원래 그런 사람이지 않나, 결론 내린다.
-근데 루드빅 씨는, 그럼 주문한 것과 다른 음식이 나오면 엄청나게 화가 나나요?
-쫌?
-조금이 아닌 것 같은 대답인데요.
-예상치 못하게 추가로 들어간 피클도 어떤 사람에게는 집에 짠 하고 나타난 쥐 가족과 비슷하거든?
-식탁에서 적합한 비유는 아닌 것 같아요.
-너 비위 좋지 않나?
-그래도 말이죠.
언젠가의 연구실.
-갑자기 생각났는데요. 전에 말씀하셨잖아요, 피클 싫어한다고.
-네네, 그랬죠?
-제 동거인도 햄버거가 오면 확인하는 타입인가 봐요.
-그치, 그게 맞다니까.
-전 먹어보면 아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지금까지 그랬던 것 같고.
-사람 습관이 그렇다니까. 그 사람 같아요.
-왜요?
-티아나 씨는 뭐든 직접 보려고 하지 않아요? 이 연구실에서 제일 많이 현장 관찰을 나가는 사람일 걸요. 먹는 것도 그렇네.
티아나는 생각해 보면 자신은 투시 능력이 있어서 원한다면 굳이 빵 사이에 손을 대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려다 참았다.
-저는 확실히 '직접' 봐야만 하긴 하죠.
그리고는, 빈 채로 신경 쓰지 않았던 방들을 열어봐야 하나 문득 떠올랐다.
그래봐야 먼지가 날려 기침을 하고 문을 닫아버리게 되겠지만...
-그래도 피클이 쥐까지는 아닌 것 같아...
-네? 쥐요?
-어머, 다른 생각을 했어요.
티아나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도시락을 꺼냈다.
달칵, 소리와 함께 뚜껑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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