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Pinwheel Pointer

 
나는 몇 번이고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며 내려다본다.
지금 이 손 위에는 아무것도 없다.
아무리 손가락을 오므려 쥐어도 내 피부다.
익숙한 손가락의 감촉과 표면.
그러나 방금 화장실에서 씻어낸 굳은 피와,
전혀 무겁지도 않은 하얀 이빨 하나가
여전히 손바닥에 올려져 있는 기분이었다.
심장이 크게 뛰었다. 

 
  아무리 심장이 뛰어도- 나는 혼자 숲에 놀러 가는 걸 좋아했다. 어쩜 용감하게도. 위험하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호기심은 언제나 내 마음을 뛰어넘었다. 나비를 따라가거나 다람쥐를 쫓아가면 언제나 모르는 곳이었다. 그 모르는 곳이 익숙해질 정도로, 나는 힘껏 뛰어 숲의 입구에 도달했고, 운 좋게 그곳의 길을 익혀 이윽고 동네 친구들을 데리고 들어갈 때도 있었다. 숲의 그리 깊지 않은 길은 동네 사람들도 드나들곤 해서 우리도 몇 분의 잔소리를 들은 후 금방 허락을 받았다. 제멋대로 움직이는 생물들을 무서워하지 않는 어린아이들은 숲에 가까워질수록 신중히 발걸음을 느리게 했고, 때로는 덤불이나 나무 밑의 숨을 만한 곳을 찾아 숲을 관찰하기도 했다. 다들 풀 냄새가 나는 채로 집에 돌아가도 모두 웃어넘길 정도로 익숙해진 즈음, 그러고 보니 산딸기 철이네, 엄마가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더 깊숙한 숲에 들어가고 싶어졌다. 나는 그래서 이전보다 더 멀리 발을 내디뎠다. 다시 생각해도, 어쩜 용감하게도. 어쩌면, 그때부터 우리들의 심부름이자 탐사가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나와 친구들은 산딸기 탐사대가 되었다. 우리는 여전히 보폭이 다람쥐보다는 넓을 뿐이었으므로, 산딸기가 어디서 나는지 이전에 그 숲의 넓이조차 몰랐다. 단지 산딸기가 목표인데도 무서워서 다 함께 손을 잡고 움직이기로 했다. 나중에 생각해 보면 얼마나 바보 같고 귀여웠을지.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
루드빅이 내 당혹감은 무시한 채, 망치를 내려놓고 입에 손가락을 넣는다.
그리고 뿌득... 하는 소리가 났다.
그로부터 나온 것은 내 손에 올려져도 툭 소리도 나지 않는다.
손을 내려다본다.


  우리는 다 함께 손을 잡고 걷고 있었다. 네다섯 명의 아이가 한 줄로 걸어가는데, 산딸기를 찾아오고 싶었던 건 나였으므로 내가 앞장서고 있었다. 그때 우리에게는 숲의 끝이나 다름없었던 거대한 나무와 우글거리듯 땅 위에서 존재를 과시하는 뿌리를 넘어서고 나아갔다. 그렇게 조금 걷자, 나는 달콤한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새빨간 주스 통을 열었을 때와 비슷한 향. 으레 어린아이가 그렇듯이, 나는 산딸기 덤불을 발견했다는 흥분을 참지 못하고 달려 나갔다. 친구들의 손을 놓고 향기가 나는 것을 확인할 때까지. 조금 달린 후에는 빨갛고 작은 열매들이 바닥에 흩어진 구슬처럼 열린 푸른 덤불이 있었다. 무지 많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아마 나는 그때 야생의 산딸기를 처음 보았으므로, 매우 들떴다. 내 작은 손으로 똑 딸 수 있을 정도로 작고, 손가락 사이로 꾹 누르면 터져버릴 작은 열매. 엄마나 아빠가 칼을 들고 껍질을 자르고 반으로 가르지 않아도 되는 열매. 엄청나게 말랑한 몸을 가진 것. 그것을 바로 하나 입에 넣어 맛을 보는데, 그림자가 드리웠다. 나는 곰이라도 나타난 줄 알고 놀라 천천히 뒤돌았다. 하지만 차라리 곰이었다면. 그것은 길쭉하고,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모양과 갈래의 깃털을 달고 있는 새였다. 사람보다 큰 새. 어쩌면 우리 아빠보다 컸을까? 천천히 고개를 올려다보니 새의 샛노란 눈동자는 세 개, 아니 네 개였다. 그 모두가 깜빡, 하고 나를 보고 있었다. 거짓말이야, 누구도 이런 괴물이 숲에 나온다고 한 적은 없잖아. 에이미가 어른들은 거짓말쟁이랬는데.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 그것이 부리를 열어... 말을 했다. 그거, 먹을 수 있는 거야? 나는 기이한 새가 말을 하는 것보다 내가 떨고 있었다는 사실에 더욱 놀랐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 대신 손을 내밀었다. 새가 부리를 벌리자 내 머리가 들어갈 수도 있을 것 같아 그가 보통 새가 아니라는 게 체감되었다. 그것은 내 손을 삼키듯이 다가와 무어라 기억할 수 없는 감촉의 혀로 내 손을 산딸기를 더듬었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고 손이 아프거나 잘려 나가지도 않았는데 그것은 입맛을 다셨다. 그것이 머리를 떼어내고 나서도 내 손은 멀쩡히 남아 있었다. 짓물러 즙이 된 빨간 자국만이 산딸기가 그곳에 있었음을 알려주었다. 그것은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다기보단 작은 빵만으로 버틸 수 없는 어린아이처럼 고개를 돌리고 있었기에, 날 먹어 치우기 전에 도망가야 한다는 생각만이 머리를 채웠고, 나는 그대로 뒤돌아 왔던 길로 달려 나갔다. 
 

이게 뭐예요? 
내 송곳니.
...왜요?
어차피 또 자라잖아.
알 수 없는 행위에 나는 더 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다.
그는 내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지켜보고 싶다는 듯 그대로 서 있었고,
나는 루드빅의 손가락에서 흘러내린,
피가 묻은 손바닥을 멍하니 보았다.
그사이에 누운 길쭉한 송곳니도.


  손목까지 그 단물이 묻어 내렸기에 아이들은 모두 내가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아무것도 묻지도 듣지도 않고 순식간에 우리 집까지 나를 끌고 갔다. 문이 열리고 엄마와 아빠는 깜짝 놀랐지만 단 냄새에 바로 안심하고, 나를 화장실에 데려가 손을 닦아주었다. 나는 거대하고 기이한 새를 본 게 꿈만 같아서, 그저 산딸기 덤불에서 넘어졌다고 거짓말을 했다. 원래 위험한 곳은 아니었는지 엄마와 아빠는 대수롭지 않게 아이들을 안심시키고 나를 앉혔다. 그저 다음에는 바구니를 챙기는 게 어떠냐며, 엄마도 산딸기를 좋아했었는데... 이야기한다. 알고 있어요. 그래서 갔던 거예요. 나는 그날 작은 빈 병과 피크닉용 바구니를 받았고, 거기 빵을 몇 조각 넣어서 숲에 나갈 수도 있게 되었다. 친구들은 그날 많이 놀란 동시에 그새 탐사는 질려버렸는지 더 이상 숲에 가질 않았다. 그럼 새로운 놀이에 함께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사실, 그 새를 다시 만나고 싶었다. 그게 꿈이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다시 떠올리면 무섭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빵을 주고 도망가면 된다고 나름 해결책을 마련해두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항상 주방에서 빵 몇 조각을 챙겨 넣고, 산딸기를 또 찾으면 넣어올 병도 들고 다시 그 덤불이 있는 곳을 찾아다녔다. 
 

갓 구운 쿠키나, 방금 오븐에서 나온 그라탕 그릇처럼,
그것에서부터 피가 흘러나오는 것처럼,
아직 따뜻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시간.
마치 살인 현장을 보는 것만 같아. 
나는 루드빅을 뒤로하고 화장실로 향했다.
정반대의 차가운 물을 틀어 핏자국을 씻어내린다. 
 

  몇 번을 그랬을까? 혼자 빵을 먹으며 돌아오거나, 바구니에 모든 게 그대로 남은 채 돌아온 지 몇 번. 나는 그 새를 다시 만났다. 그 새는 다시 나타나 나를 계속 쳐다봤다. 나는 예전에 덤불에서 숲을 관찰하던 것처럼 하기로 했다. 산딸기 덤불 앞에 풀썩 자리를 잡고 앉아 그 새를 나도 쳐다본 거다. 이거, 먹을래? 기다리다 못해 빵을 내민 나는, 다시 그 새가 나를-내 손을 향해 다가오는 순간의 떨림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엔 손에 뾰족한 이빨들이 닿는 게 느껴졌다. 내가 무심코 얼굴을 찌푸리자 그것은 놀라 부리를 떼었다. 사람을 먹지 않는 걸까? 그러고 보니 저번에는 말도 했잖아. 표정도 읽을 줄 아는데, 대체 정체가 뭘까? 혹시 원래 사람이었을까? 나는 그 새에게 완전히 빠져버렸다. 아마도, 새의 이빨이 전부 우수수 빠졌다면 그러지 않았을 거다.
 

어차피 또 자라잖아, 라는 말은,
어차피 또 만들 수 있잖아.
그러니 사라져도 되잖아.
...그렇게 들렸다.

 
  거대한 새는 내게 고마워했다. 그건 거기서 나는 열매야? 아마도 바구니와 빵을 말하는 것 같았다. 아니, 이건 내가 가져온 거야. 빵은 또 만들면 돼. 나는 바구니를 가볍게 흔들며 이게 식물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었다. 그것은 큰 머리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또 만들 수 있는 건 먹을 수 있는 거구나. 열매도 다시 열리고 빵도 또 생기는구나. 내가 그 말뜻을 이해하려고 하기 전에 새는 긴 날개를 펼쳐 바구니에 부리를 댔다. 부리가 너무 커 어떤 모습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계속해서 툭, 툭 소리가 났다. 바닥에 연필이 떨어질 때의 소리처럼 작았다. 그것이 머리를 떼자 바구니 안에는 내 손바닥보다 작은 뾰족한 송곳니 몇 개가 있었다. 보답이야, 이건 또 자라거든. 새로운 걸 먹어서 좋았어. 나는 사람이 이런 건 먹을 수 없다고 할까 고민하다가, 이상한 친구와 더 이야기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게 나에게 숲 전체보다 더욱 신비한 일이라 여기면서. 다음엔 우리 엄마가 만든 산딸기 파이를 가져올까? 산딸기를 넣어 가려던 잼 병을 똑, 하고 열어 그 송곳니들을 넣었다. 그것들은 마치 그림으로 그린 것처럼 부드럽게 뾰족했다. 부드러운 송곳니가 든 병 안에는
 

차라리 루드빅 씨가 이 송곳니로 날 문다면.
그게 더 의도를 유추하기 쉬울지도 모르겠어.
나는 몇 번이고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며 내려다본다.
지금 이 손 위에는

 

아무 자국도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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