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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열릴 수 있는 곳을 열어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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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열린다.
티아나가 허둥대며 신발을 신고 나간다.
"안 늦었잖아? 왜 그리 서둘러?"
"곰이 일어나기 전에 일찍 가야죠!"
"...진심이야 농담이야?"
티아나가 집에서 점점 멀어진다.
문이 닫히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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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가 열린다.
해부 실습을 할 때면, 피부를 가르는 것뿐만 아니라 직접 열어 고정하고 확인해야 했다. 순서에 따라 자른다. 모든 것을 열고, 자르고, 젖힌다. 티아나는 그것이 즐거우면서도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투시 능력을 가지게 된 건 그래서일지도 모르겠다. 어째서 이걸 지금 떠올렸을까.
회상이 끝나는 동시에, 실습도 끝난다.
피부를 닫아 꿰매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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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븐이 열린다.
다양한 표정을 가진 진저브레드 쿠키들이 누워 있다.
티아나는 물끄러미 그 표정들을 확인한다.
"왜 그렇게 봐?"
"표정을 다 다르게 해두셨길래요. 눈을 마주치고 있었어요."
"아주 인사도 하지 그래."
오븐이 닫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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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함이 열린다.
"어라... 집에 두고 왔나."
사물함이 닫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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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은 열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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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이 열린다.
'생각해 보면 내가 루드빅 씨를 깨운 적이 없네...'
밤샘 작업을 한 티아나는 문득 생각했다. 환하다 못해 색이 덜 느껴지는 듯한 이른 아침, 평소와 다른 피로감.
'아침의 루드빅 씨는 어떨까? 몰래... 열어도 될까?'
티아나는 살금살금 걸어 루드빅의 방 문 앞에 섰다. 손잡이를 잡아 돌렸으나 덜컹, 덜컹 소리만 들려온다. 어쩐지 기분이 이상하다.
방문은 닫힌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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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이 열린다.
"더는... 무리거든요."
티아나의 입술 앞까지 와 있던 공허의 줄기와, 식탁 건너편의 루드빅이 동시에 멈춘다. 루드빅의 눈이 커진다.
"너 뭐 먹고 왔어...? 솔직히 말해."
입이 다시 굳게 닫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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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열린다.
티아나는 이상한 꿈을 꾸었다. 자신이 루드빅의 몸을 갈라 여는 꿈이었다. 그 장면만이 떠올라 오싹하다. 열린 몸에서부터 공허로 추정되는 무언가 튀어나왔던 것 같다. 검고, 얇고, 거미줄처럼 얽힌... 세포 조직을 확대해 보았을 때와 비슷한 것. 순간 그것이 천장에 붙어있나 두려워진 듯 직시한다. 그러나 아무 일도 없다. 한숨을 내쉬고 몸을 돌려 탁상시계를 확인한다.
눈이 깜빡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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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는 열 수 없는 곳이 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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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비가 열린다.
"스튜네요?"
이 순간을 기다린 것처럼 냄비로부터 빠져나와 날아간 향. 티아나가 멀리서 고개를 든다.
"네가 요즘 하도 먹기 힘들다, 그랬잖아."
"제가 그런 말을 입 밖으로 했어요?"
"보면 알아."
루드빅은 숟가락으로 스튜를 한 입 맛보더니 고민한다.
냄비가 닫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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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롱이 열린다.
하얀 셔츠, 검은 셔츠, 빨간 셔츠.
"..."
"정말 이걸로 끝이에요?"
"초록 셔츠도 어울릴 것 같아?"
장롱이 닫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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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이 열린다.
형형색색의 악세사리가 두꺼운 종이 상자에 담겨 있다. 티아나는 꽉 찬 상자를 물끄러미 보다가 그사이에 무언가 하나 더 넣는다. 계란 후라이 모양 집게였다. 그것도 손바닥만 한.
'차라리 정말 후라이를 올리는 게 나을 정도의 크기야... 이걸 루드빅 씨 말고 또 누가 샀을까.'
서랍이 천천히 닫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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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이 열린다.
칼집을 조금 넣으면 손가락을 비집어 넣고도 쩍, 갈라지며 열린다.
누군가는 칼로 잘라 도마에 소리가 나는 것보다, 그게 좀 더 과일을 대하는 옳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한다.
열린 과일은 닫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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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열린다.
티아나가 읽는 두꺼운 책이나 자료에는 웬만한 생물이 다 나온다. 본인도 다 외우지는 못할 뿐, 계속 찾는다면 지구의 모든 생물을 본 적 있는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어렸을 때는 그랬다. 하지만 이계생물의 등장으로 그럴 가능성은 점점 더 멀어졌다. 티아나는 그럼에도 꽤나 즐거웠다. 그리고, 루드빅은 절대 어딘가에 기록을 남기지 않겠지- 생각했다. 어째설까? 이런 생각을 계속하게 되는 건. 그를 투시할 수도, 열어볼 수 없기 때문일까.
책이 닫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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