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city. What street. 18:00.
어느 날 쇼파에 앉아 있던 티아나의 입에는 무언가 쏙 들어왔다. 루드빅이 막대사탕을 물린 것이다. 티아나는 놀라 올려다보고, 루드빅은 막대를 놓지 않은 채 웃었다.
-깜짝 놀랐잖아요.
-그냥 막대사탕이야. 내가 만든 것도 아니고.
-네, 먹어보면 알죠. 확실히 아는 맛이에요.
루드빅 씨가 손을 놓지 않는다.
-왜 이러세요?
-끝까지 녹여 먹는 파인지, 깨물어 먹는 파인지 보려고.
-그런 건 그냥 물어보세요.
-그냥 내버려뒀다가 금방 다 먹어버릴 거 아냐.
-제가 뭐 숨어서 먹나요?
-너랑 얘기하다가 까먹을까 봐.
-그건 루드빅 씨 잘못이고요. 그보다 그게 뭐가 중요한데요.
-아주 중요해.
-손이나 놓으세요... 저도 손가락 있어요.
말하는 데 불편하다. 사탕이 녹아가는데도 루드빅 씨가 손을 놓지 않는다.
-...이거 조금 그렇다고 생각하시지 않나요?
-뭐가?
-하아...
말하는 내내 이 뒷쪽에 사탕이 부딪힌다. 나에게만 들리는 작은 소리.
원래 나는 사탕을 녹여 먹지만 얼른 탈출하려고 깨 먹었다.
입 안에서 나는 깨지는 소리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What city. What street. 18:00.
어느 날 쇼파에 앉아 있던 티아나의 입에는 무언가 쏙 들어왔다. 루드빅이 막대사탕을 물린 것이다. 티아나는 놀라 올려다보고, 루드빅은 막대를 놓지 않은 채 웃었다.
-...이거 조금 그렇다고 생각하시지 않나요?
-뭐가?
-하아...
티아나는 사탕을 물고 말하느라 침이 흘러나오려는 걸 막으려 애쓰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할 말은 다 하지.
한숨을 쉬고, 침을 삼킨다.
그러고는 입을 오물오물 움직여, 사탕을 깨물려 든다.
그리 강하지 않은 힘이지만 진동이 느껴진다.
몇 번을 깨물고 자유로워진다.
나를 흘긋 쳐다보다가, 조용히 막대를 뱉어낸다.
-...
-왜?
-저녁 먹기 전에 책 좀 가져다 두고 나올게요.
티아나는 가버렸지만, 내 손에 남은 막대에는 깨문 자국이 남아 있다.
손톱을 가져다 대면 누구나 아는 감촉이다.
이빨이 작구나아.
약간 남아 붙어 있는 사탕을 내가 먹었다.
What city. What street. 10:00.
티아나는 오늘 일정을 통보하고, 치과를 예약하고, 짐을 싸기 시작했다.
-연구실에서 세미나가 있어서 며칠간 가봐야 할 것 같아요.
-뭐라구?
-아, 정확히는 연구실에서 다 같이 다녀오는 타 대학의 연구실 세미나인데요. 저희는 회사에 붙어 있지만 몇몇 대학에 연구를 지원해주는 나라도 있거든요.
-그걸 물은 게 아니거든?
-며칠간 다녀온다고요. 연락도 잘 못 볼 것 같고요. 외로워하지 마시라고.
-뭐어어~
-그러셔도 저는 가야 해요! 이쪽의 연구자 모임은 얼마 없단 말이에요. 가봤자 회식이 전부일지도 모르지만, 다른 나라의 연구실도 궁금하고요. 재밌을 것 같지 않나요? 이 안내 자료도 보세요. 발제로 '이계생물 거주 구역의 탄소량 변화', '이계생물의 환경 응답과 적응 전략에 대한 연구', '이계식물 물질 추출에 관한'...
-못 가게 할 거야.
-그러지 말아 주세요. 비행기를 먹지도 마시고요?
루드빅 씨의 표정이 치통을 앓는 사람처럼 영 좋지 않다.
불만이 있으면 저런 표정으로 쳐다보시지...
-아, 맞아. 가기 전에 치과에 들러야겠어요...
-왜?
-치과를 예약하려던 시기에 연구실에 들어가 버려서 슬슬 아프거든요. 해외에서 문제가 생기기 전에 뽑으려고요.
-어어, 맘대로 해.
-삐졌어요?
What city. What street. 15:00.
집에는 티아나가 없다. 루드빅은 작은 통을 들고 방을 나왔다.
사람이 있다가 없으니까 거미줄 생길 것 같네.
돌아오면 거미로 변해서 놀라게 해 줄까?
아니면 뭐 그렇게 싫어하는 음식이라도 다시 해둘까.
거절을 잘 못하니까~
재밌는 생각을 해도 기분이 영 좋지 않아.
맛있는 음식도 먹었지만 오늘은 좀 그렇네.
티아나의 방이나 구경해야겠다.
며칠 분의 짐을 싸느라 침대에 올려놓았는지 이불이 가지런하지 않다.
싫어하겠지만 구경한다.
어차피 본인이 없으니까 뭐 어때?
책상 위에는 읽다 만 책과 독서대 그리고 필기구 등이 있다.
그중 처음 보는 것은 쥐 모양의 작은 플라스틱 통.
이게 뭘까나아.
내가 방에 들어올 줄 알고 놓아둔 경고 쪽지인가.
그것을 들어 열어보았는데 종이가 아니었다.
이빨이다.
유치는 아니고 다 자란 어른의 치아.
아아 사랑니구나.
티아나가 뽑는다고 했던 그 사랑니 같다.
왠지 깨끗하다.
손가락으로 잡아보았다.
작아.
미니 츄파춥스보다 작아.
What city. What street. 20:00.
오늘도 집에는 티아나가 없다.
역시 기분이 좋지 않네.
일은 다녀왔지만 그 순간에도 모두 날 피하거나 최소한으로 접촉하려고 하고.
티아나에게 하는 연락은 몇 시간 동안 답장을 기다린 적도 있지만
지금 하루나 답이 오지 않았다.
이상한 문자를 계속 보냈다.
이래서 답장이 안 오나?
하지만 티아나는 원래 다 답장을 하니까.
쇼파에 드러누워 핸드폰을 껐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티아나의 이빨을 봐야지.
그 지혜의 이빨을 보고 있으면 뭔가 좋은 생각이 날지도 모르잖아.
쥐 통을 열었다.
이건 깨물어도 깨지지 않겠지.
Another city. Seminar room. ??:00.
티아나는 그 순간 몇 시간 차이가 나는 곳에서 -루드빅보다 앞에서 어쩌면 조금 뒤에서- 다음 발제를 기다리며 사탕을 먹고 있었다.
질문할 기회가 생길까 어제부터 자료를 계속 보고 또 봤더니 당이 부족해진 것 같았다. 사탕을 꺼내 물었다. 좋아하는 맛이다. 마음이 조금 편해진다. 밤을 샐 뻔했어... 세미나실에 앉아서야 루드빅 씨 생각이 났다. 혼자 심심하실텐데. 혹시 집이 난장판이 되어 있다거나, 아예 사라져있다거나... 검은 카펫으로 뒤덮여 있진 않겠지? 노파심에 이능력 뉴스를 확인해도 그런 일은 없었다. 알림창에는 엄청 많은 연락이 쌓여 있는데... ... 확인할 엄두가 나지 않는 숫자였다. 루드빅 씨, 미안해요. 나는 자료를 다시 넘겼다...
What city. What street. 20:05.
루드빅은 쇼파에 누워 외로움을 해소한다.
이어져 있을 필요는 없지만 그 일부라도 상관없어.
이상한 기분이야.
냉동 케이크를 녹이지도 않고 입에 넣은 것처럼
식감도 좋지 않아.
껌도 무엇도 아닌
이빨과 이빨이 부딪히는 감각.
그 정도의 단단함이 이빨에 맞닿는 감각.
단단해.
아무 맛도 나지 않아.
티아나와는 다르게.
같을 필요는 없지만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럼 나는 티아나의 이의 맛을 알게 된 걸까?
아직도 모르는 걸까?
이걸 삼켜야 할까?
그건 아니야.
얼마나 물고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괜찮은 해소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What city. What street. 12:00.
집에 돌아온 티아나.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아무 맛도 나지 않는다.
-어라, 집이 멀쩡하네요.
-그야 항상 하던 대로 있었으니까.
-와아! 정말 다행이에요.
-뭘 상상한 거야? 너도 참 이상한 생각 많이 한다.
-그렇게 된 것 같네요. 언젠가부터...
-넌 가끔 상상이 앞설 때가 있어. 지붕에 고위험 이계생물이 나타나서 내가 한바탕 싸웠으면 어떡하나 생각했지?
티아나는 작은 캐리어를 현관에 세워놓고 자료를 꺼내두며 말한다.
-어떻게 참으신 거에요?
-뭘 참아?
-이것저것... 뭔가 힘들어하실 줄 알았어요.
-아니, 하나도 안 힘들었어~
-하긴 루드빅 씨는 독립적이시죠. 괜히 걱정했어요.
-어라? 너보다 어른인 내가 들을 말이 맞나?
-관찰 일기처럼 생각해 주세요. 어쨌든...
티아나가 캐리어의 앞주머니를 연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난다.
-이건 그래도 멀리 다녀왔으니까. 선물이에요!
노랗고 투명한 사탕 봉지.
-사탕?
-네. 맛있어서 사 왔어요. 같이 먹어요.
나는 봉지를 톡 톡 두드렸다. 하나씩 포장된 그냥 사탕이다. 매우 평범하고 아는 맛이 날 사탕이다.
-너 다 먹어~
-네? 어디 아프세요?
-아는 맛은 먹기 싫어져서.
-네에?
티아나는 특유의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사탕 봉지를 식탁에 올려놓는다.
가방에서는 그 대학의 기념품인지 뭔지와, 세미나의 책자가 나온다.
티아나에게 소중한 물건들이다.
내겐 아무 맛도 나지 않는 물건들이다.
나는 가끔 그런 생각을 하며 세상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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