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Pinwheel Pointer

 

 

1.

XXXX. XX. XX ○인이 좋아하는 사과 종류 10가지! 보스콥, 브래번, 콕스 오렌지, 엘스타, 갈라, 글로스터, 골든 딜리셔스, 그래니 스미스, 요나골드, 핑크레이디 1. 보스콥 ...

 

 

2.

"당연히 그래니 스미스지!"

 

루드빅이 외쳤다. 동시에 글을 읽던 티아나는 깜짝 놀라 움찔거린다.

 

"스미스 씨가 누군데요?"

"베이킹에 제일 많이 쓰지."

"사람을 넣었다고요?!"

"아니, 다른 얘긴데... 아펠슈트루델도 만들 수 있고. 근데 티아나는 이것보다는, 갈라나 요나골드? 무난하게 단맛이 나는 게..."

"으응...? 뭘 보다가 그러시는 거예요."

"오랜만에 레시피를 봤다가, 잠시만."

 

 

3. 

티아나가 장을 봐왔다.

이전의 대화에서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물건이 나온다. 사과 절임....이 아니라 통조림.

 

"사과 통조림ㅡ?!?! 통.조.림?!"

"가, 갑자기 뭐예요?!"

"싫어."
"왜요?"
"통조림 자체가 별로."

 

어느새 식탁에 다가온 루드빅이 통조림을 톡톡 두드린다. 

 

"너, 사과 품종 이름 하나도 모르지?"

 

티아나는 뚱한 표정이지만, 일단 동의의 의미로 대답하지 않는다. 루드빅의 표정은 다른 의미로 비슷하다.


"너- 수많은 사과의 종류와 그 이름을 알아? 통조림은 맛이 보존되지만 그게 그거야."
"집에 통조림을 몇 개는 두는 편이 좋아요. 이계생물 덕에 재난급의 일이 벌어지기도 하니까요. 제일 잘 아시잖아요?"

 

 

4. 

사과 통조림을 잔뜩 먹고 모든 품종을 분류할 수 있다면, 절대로 평범한 사람은 아닐 것이다.

 

 

5.

"전에 바로 옆 도시에 폭풍이 왔잖아요. 폭풍에 휩쓸려서 3단계의 이계 생물이 나타났는데, 출동할 사람이 없어서 일가족은 문을 걸어 잠그고 며칠간 통조림만 먹고 구출됐다는 얘기 못 들으셨어요?"

 

루드빅은 어깨를 으쓱인다.

 

"폭풍에 이계생물이 끌려온 거 웃긴 일이네."

"그렇죠? 언제 경보 지역이 될지 모른다고요. 저희가 집에 갇혔는데 애플파이를 먹고 싶어질 수도 있잖아요."
"해결사가 있는데 그런 걱정을 했어?"
"흥. 애플파이의 사과의 원산지까지 신경 쓰시나요."

 

티아나의 그 말은 마치 불만을 표하듯 보였다. 평소와 다른 싸늘한 기운에 루드빅은 아차 했지만, 일단 넘기기를 택했다.


"어쨌든 그 보존력은 정말 존경해."
"그럼요, 정말 중요한 발명품이죠. 제가 만든 것도 아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굳게 닫힌다.

 

 

6.

식탁에는 삼각형 모양으로 쌓인 사과들.

 

"이것들은 뭐죠?"

"티아나가 오기만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어!"

 

루드빅은 양손과 공허 여러 갈래로 사과들을 들어 올린 채 티아나를 반겼다.

 

"저 반나절도 안 돼서 돌아왔는데도요."

 

티아나는 식탁을 지나 방에 들어가려고 했다. 루드빅에게서 뻗친 공허가 사과를 내려놓으려 움직이다 꼬여버렸다. 어어 잠깐- 바보 같은 소리에 티아나는 발걸음을 멈춘다. 와르르 굴러가고 땅에 떨어지는 사과. 그녀가 사과를 주울 즈음에는 공허가 이미 전부 합쳐져 원래대로 돌아갔다.

 

"아하하, 이러려던 게 아니라. 뭐가 먹고 싶어?"

"왜요?"

 

루드빅의 목소리가 아주 약간 작아진다. 며칠 만에 대화를 하면 처음 하는 대화보다 어색하다는 걸 깨닫는다.

 

"전에 애플파이 얘기했잖아..."

 

 

7.
루드빅은 티아나를 위해 아펠슈트루델을 만들었다. 티아나는 갓 나온 그것을 먹으며 루드빅을 어떻게 볼지 고민했다.

 

"음,.."

"어때?"

"처음 먹어봐요. 약간 크럼블 같네요."

"그런 말 많이 듣는 디저트지. 난 슈트루델이 더 좋아. 슈트루델이 소용돌이라는 뜻이거든."

"그런 뜻이었군요."

 

티아나는 자신에게 더 익숙한 크럼블을 떠올리면서, 뜻을 따진다면 슈트루델이 일어난 후에 크럼블이 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시선이 신경 쓰인다. 음식이 아니라... 자신을 보고 있다. 오늘은 그 시선이 어색하다.

 

"그래서, 이건 무슨 사과인데요?"

 

 

8.

티아나에게 사과의 이름은 딱히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같이 애플파이-꼭 이것이 아니어도 좋다-를 만들거나, 먹거나. 그거면 충분했다.

기억에 남는 것은 흘러가고 소화되어 버릴 그 식탁의 한순간과, 식탁에 마주 앉은 사람의 이름.

 

"이번엔 그래니 스미스 말고, 요나골드를 골랐어."

"네에."

"내 손이 닿는다면 어떤 사과도, 사과가 아니라도 맛있게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슈트루델은 절대 뜨거워서는 안 돼... 그건 양보 못 해..."

 

그러니까, 티아나는 그날, 눈앞에서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는 이 사람과 애플파이를 먹고 싶었을 뿐이다.

 

 

9.

식탁 위, 나란히 줄을 선 사과들.

 

"그러니까 루드빅 씨는 정말 이 사과들의 맛을 다 구분할 수 있다고요?"

"네가 안 해봐서 그래. 연속으로 먹어보면 느껴진다니까!"

 

루드빅은 평소처럼 돌아와, 공허와 손으로 사과를 저글링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함께 웃었다. 

 

'응, 절대 평범한 사람은 아니야...'

 

 

10.

사과 열 개.

한 페이지의 문단마다 옆에 사과가 그려진다. 나름 일정한 간격으로, 나란히, 줄을 선다.

 

'그래, 내게 생물의 기원과 분류가 중요하듯이, 루드빅 씨에게 요리해 먹을 수 있는 식물의 종류도 매우 중요한 거겠지.'

 

티아나는 종이 한 켠에 사과를 여럿 그리다가 펜을 놓아버린다. 그리고 검색한다: 사과 품종 종류.

 

○인이 좋아하는 사과 종류 10가지!

보스콥

브래번

콕스 오렌지

엘스타

갈라

글로스터

골든 딜리셔스

그래니 스미스

요나골드

핑크레이디.

 

보스콥은 1800년경 Boskoop에서 발견된 사과 종으로 산성 함량이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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