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루드빅이 묻는다.
"너는 왜 동물을 좋아하게 됐어?"
"동물이요?"
"이계생물 말고도 동물이라면 다 좋아하는 것 같은데."
"네, 맞아요."
티아나는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계기가 있을 거 아냐?"
"보통 어렸을 땐 다 좋아하잖아요?"
"이 나이까지 그렇게 열성적으로 연구를 하게 되는 건 소수니까."
"다... 다들 동물을 좋아해요."
"그러니까 연구까지는 하지 않는다니까."
잠시 정적.
티아나의 머릿속에는 어렸을 적의 일들과, 친구들이 잠깐 스쳐 지나간다.
자신이 생물학부를 다녔다는 사실도.
"몇 년간 너무 생물학도끼리만 있었더니 그 사실을 잊고 있었네요..."
"그치? 그럼 다시 계기를 생각해봐~"
"으음... 기억을 떠올릴 시간을 주세요. 여차하면 부모님께 물어볼게요."
"그래 그래."
며칠 뒤. 티아나는 자신도 확신할 수 없다는 듯 오묘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생각해냈어요."
"역시 빠르네."
"하지만 저답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루드빅은 개의치 않고 말해보라는 뜻으로 가볍게 손짓한다.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미아가 되는 꿈을 꾼 적 있어요.
어릴 때 봐서 잊히지 않는 공포영화의 장면처럼요."
루드빅은 여기서 어두컴컴한 밤의 마을을 상상했다.
"뒤돌아보지도 못하고 도망가고, 도망가요.
그런데 도망간 끝에 생물이 있는 거예요.
어떤 거대한 생물이요."
"으응?"
상상 속 티아나가 막다른 골목에 몰린다.
그저 거대하다는 말에 루드빅은 그게 무엇인지 상상하기 어려웠다.
이때 그는 자신이 아는, 또는 거울에서 본 적 있는 형태를 떠올릴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게 뭔지 몰라서 찾아보려 했었죠. 이미 몇 번씩 읽어본 동물 도감을 펼쳐보고, 부모님께도 물어보고. 물론 부모님은 저보다 동물에 대해 잘 몰랐지만요. 그렇다는 사실도 좀 나중에 알았지만..."
"그래서 뭐였는데?"
"몰라요."
"엥?"
티아나는 루드빅이 해야 할 행동을 뺏어간다. 어깨를 으쓱인다.
"지금은 기억도 잘 나지 않지만,
역시, 실제로 있는 생물이 아니었던 거예요.
꿈에서 만들어진 거죠.
그러다 보니 동물도 자연스레 관심을 가졌을테고...
저는 아마... 무서워하기 싫어서 좋아하게 됐는지도 몰라요."
티아나는 여전히 아득한 옛 꿈을 떠올리려 먼 곳을 보고 있다.
생각하는 동안의 버릇.
그런 순간에는 눈앞의 얼굴과 표정을 볼 수 없다.
"재밌는 말이네. 너다운 얘기잖아.
인간의 작은 뇌에서 나오는 꿈이 인생을 바꿨다니."
루드빅은 고개를 끄덕인다.
'무슨 말을 할까? 그럼 여전히 무서워하는 게 뭔지 물어볼까?'
'그럼 그게 다시 나타나면 꿈 속의 생물이 맞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결국 하는 말은 딴판이다.
"혹시 이계생물의 등장을 예언한 거 아냐?"
"...글쎄요..."
숲에서 길을 잃었던 꿈. 아무리 가도 끝이 없는 나무들 사이를 걷는 꿈.
지금 하는 일과 그렇게 다르지도 않았던 악몽 속 행위에 자신이 어른이 되었음을 느낀다.
나뭇잎만 계속 바스락거리다가 상상이 끝나자 흩어진다.
"그저 어렸을 땐 용기가 부족했기 때문이겠죠."
티아나는 문득 루드빅에 대해서 묻고 싶어졌는데,
자신의 꿈 같은 이야기가 나올 듯하여, 그대로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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